<쇼코의 미소>
줄 그은 문장
"쇼코는 해변에 서 있으면 이 세상의 변두리에 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서도 밀려나서, 역시나 대양에서 밀려난 바다의 가장자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아버지에게 나는 종교이고, 하나 뿐인 세계야.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와 말이 많은 할아버지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들을 바깥에서 만났다면 나는 주저 않고 좋은 어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두 종류의 편지가 모두 진실이었으리라고 짐작했다. 모든 세부사항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모두 진실된 이야기였을 거라는 걸."
"일기장 주제에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고 했다니."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쇼코에게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말을 하면서도 내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고 느꼈고 그 두렵고도 흥분되는 기분에 취해서 더 많은 선들을 건너버렸다."
"하지만 증오할수록 벗어날 수 없게 돼."
"노인들 특유의 이상한 외로움"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노인은 눈에 도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돌려 분꽃을 보는 척했다."
"멀리서 보는 사물은 티 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쇼코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으리라고 여기며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려는 것."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당시에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의미였다."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애들은 내가 밥값도 내지 못하게 했다. ...나의 독서량은 그애들보다도 빈약했다."
"괴물같은 자의식"
"비중 있는 사람"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나 자신의 끔찍함에 놀랐으나"
"부채감...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것이 없었다."
"나에 대한 안쓰러움을 숨기는 얼굴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수렁에 빠진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나뿐인 이단 우산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골목 끝에 편의점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우산을 살 만한 돈이 없었다."
"울고 싶으니까 그냥 풀어달라는 눈빛이었다."
"네가 짜잔- 하고 다시 들어오리라고 생각했거든."
"병든 노인 같은 건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합성피혁의 붉은색 소파는 할아버지의 뒤통수가 닿았던 자리가 벗겨져 검은 내피가 드러났다."
"나 자신에게는 그리도 예민했으면서 할아버지의 상황에는 왜 그토록 무뎠었는지."
"그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말들도 용기를 내서 주고받았다. 마치 처음 사귀는 사람들처럼. 이제 막 말을 해우는 사람들처럼."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걸 사내답지 않다고 여기며 깔보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가끔씩 그런 통제에도 불구하고 비어져나왔던 사랑의 흔적들이 있었다."
"응. 엄만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그때만 해도 쇼코가 나보다 한참은 어른처럼 느껴졌었는데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쇼코는 그저 어린애처럼 보였다."
"저 화분가 다를 바가 없었어. 그게... 얼마나 내 마음을 짓눌렀는지 너는 모를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영화 일이 마음으로 정리가 되더라."
"어째서 할아버지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걸까."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